9월 12일을 마지막으로 개발자로 2번째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지난 첫 번째 회사에서는 기울어가는 회사의 상황이나 여러 부분들에 아쉬움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직무 자체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면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존 이력과는 달리 나는 자주 이직하는걸 원치는 않는다. 다만 애착을 가지고 하나의 유의미한 프로젝트를 해내고, 유지보수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 부분에 대한 해소가 잘 안된 것 같다. 엘지멤버십앱을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면서 초반에는 이 서비스를 우리 회사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일했던 것 같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pm들이 운영업무를 감당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사용할 어드민 백오피스를 구축했고 덕분에 여러 업무들을 자동화하면서 리소스소모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내 업무를 하던 다른 회사에서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주셨을 때 의문점들이 있었다. 이거 미리 큐 등록해놓든 뭔가 자동화할 방법이 있을텐데 왜 그 때에 가서 수동으로 처리하지? 이건 왜 직접하지? 이건 코딩해서 돌려놓고 다른 작업하면 되는 일인데 왜 수기로 하는거지?
그래서 그런 부분들도 구현한 백오피스에서 전부 처리할 수 있게끔 구현해두었더니.. 내 업무가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회사에서 공부하며 사이드프로젝트를 할 시간도 생겼다. 1년 정도 일한게 다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들을 녹여내고 정립하기에 좋은 시간이였고, 이를 발판삼아서 내 업무를 확장하고 보다 더 회사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마냥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내 생각이지만 결국 내 업무는 회사의 사업이 아니고 하나의 si/sm에 불과하다보니 리소스투자를 더 할 이유는 없어서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본사쪽 업무에 투입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하게 됐다.
그렇게 이직을 결심하고 공고를 찾기전에 어떤 회사를 지원해야할지 고민을 했다. 3가지 우선순위로 정리가 됐다.
1. 내가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이고 조직이 하나에 몰두해서 달려가고 있는지.
2. 당장 나는 어떤 도메인이든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회사에서 굴러가면서 익혀갈 때 재밌게 느낄지.
3. 회사의 매출이 나오고 있고 부채가 심하지는 않은지.
이전에 이직할땐 마음이 많이 급해서 한 30개정도 돌렸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조건을 먼저 신경쓰고 부합하는 회사만 지원하기로 했다. 어차피 당장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급하지는 않았고, 조건이고 뭐고 대기업은 다 넣긴 했다. ㅎㅎ 자기소개서에 이 회사에 가고 싶음을 어필하고 나를 나타내려는 성의를 보이기 위해서는 똑같은 자소서를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공을 들였고, 이게 통한건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약 20개중의 회사 중에 서류에 4개 합격을 했다.
내가 서류만 통과하면, 아니 내 포트폴리오를 통해 프로젝트 구경 한번만 해주면 일단 대화해볼 기회는 얻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요즘같은 불황에는 내 생각엔 제대로 포트폴리오를 볼 것이란 확신도 없었고, 그렇지만 보기만 해준다면 내 프로젝트는 꽤 잘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양산하는 느낌은 나도 싫고, 실력의 여부를 떠나서 진짜 애착을 가진 프로젝트기도 하고 지금도 계속 기능을 추가하고 있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나를 서류를 붙여준 회사들은 이 부분들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ndns-dev
ndns-dev has 6 repositories available. Follow their code on GitHub.
github.com
https://ndns.site
ndns.site
이직을 결심하고 그간의 나를 돌아보면, 3가지정도 키워드가 잡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걸 포트폴리오나 실제 면접때 꼭 얘기했다.
1. 개발을 진짜 좋아한다. 돈벌려고하는게 아니라 진짜 너무 재밌다.
2. 소통을 잘한다. 팀워크에 대한 자신이 있다.
3. 일을 잘한다. 업무에도 유두리가 있고 우선순위가 있으며 이를 설득하는데 자신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뉘앙스는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조직이 하나에 몰두해서 다같이 달려가고 있는 조직이라면 좋게 볼텐데, 그게 아니라면 그닥 큰 메리트는 없을 것은 알고 있지만 오히려 나는 그래서 내 성향과 회사가 눈에 맞는다면 합격할 수만 있다면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3개의 회사에 1차면접을 보고 나서 나름 나도 회사를 평가했을 때 가고 싶은 곳은 한 곳으로 이미 추려졌다. 실제로 일해봐야 알겠지만, 적합한 실무자를 뽑기 위해 이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진심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1차면접이 기술면접이 아닌 동료면접이였고 hr 한 분과 pm 한 분이 들어오셨다. 기술보다 핏이 우선이라는게 이미 면접보기 전부터 보였고, 나도 여기 아니여도 이미 붙은 곳들이 있기 때문에 나를 솔직하게 드러냈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다른 곳들은 기술면접이였고 둘 다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 위주여서 (솔직히 딥한 CS같은 질문이였다면 아직 자신 없긴 하다.) 내 프로젝트만큼은 자신있었고 그리고 그 안에서 녹여낸 트러블슈팅이 워낙 많기에 물어볼테면 뭐든 물어봐라! 마인드였는데, 면접 깔끔하게 잘한다는 칭찬도 들었다. ㅎㅎ
1차를 보고 나서 셋 다 합격했지만 1차 면접에서 만족스러웠던 두 곳을 2차까지 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차 면접을 보면서 1차때 느꼈던 확신을 더더욱 굳히게 되었다. 결국 면접관은 회사의 성향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2차로 CEO, CTO 께서 들어오셨는데 처음부터 딱딱하게 경직된 면접보다는 편하게 저를 어필할 수 있게끔 해주셨고, 살아온 배경에 대해 물어보셨다. 이 부분은.. ㅋㅋ 나름 치열하고, 치이고 살아온 내게 누구보다 전문분야다. 그 후에 이러저러 나에 대한 부분을 후벼파셨는데, 너무 만족스러웠다. 내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매일 깃헙에 잔디를 심어오는 것도, 내 프로젝트에 대해 훑어보신 것도, 무엇보다 깃헙에 내가 이전에 올렸던 orm포크해서 수정했던 커밋들을 확인하셨던 부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솔직히 나도 정상은 아니다. 여기 가고싶어서 도메인까지 사서 1차 붙고 일주일동안 여기 주력 서비스 살펴보고 만들어서 갔다. 4시 면접인데 직전까지 로직 고민하면서 배포 끝냈다....ㅋㅋ 근데 나만큼이나 이분들은 나를 위해 시간을 써주셨다. 솔직히 핀 걸어놓은 것도 아니고 몇달전에 포크떠서 커밋 몇개 올리지도 않은걸 그걸 어떻게 확인하나.. 많이 감동이다.
그리고 질문도 그 내용을 바로 질문한게 아니라, 세상에 없는걸 만들어내서 유의미하게 이뤄낸 경험에 대해 여쭤보셨고 내가 거기다 대고 ㅋㅋ.. 지금 프로젝트얘기를 해서 정정해주셨는데, 문득 생각나는게 orm이였다. ts진영에서 낯설은 oracle을 지원하는 orm이 몇개 없었고 그 중에서 sequelize를 쓰다가 스키마를 가져오기위해 pull할 수 있는 sequelize-auto 라이브러리를 쓰려하는데 왜 또 여기는 oracle을 지원하지 않는 것인지.. 그래서 라이브러리 뜯어고쳐서 oracle 되도록 sql 넣고 pull했던 경험을 말씀드렸는데, 애초에 내가 어떤건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어떤 라이브러리인지 먼저 말씀해주신게 생생하다.
나는 단순하다. 그저 재미있게 개발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가정을 책임져야 하다보니 그나마 회사가 위태롭다면 갈 생각이 없는 정도인데, 물론 도메인은 나에겐 생소하지만.. 이 곳은 이번에 손익분기점을 넘은 스타트업이고 유니콘에도 선정됐으니 당장 없어질 걱정은 안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덜컥 지원했는데 직감상 너무 좋은 분들과 일하게 될 것 같아서 기대된다.
그 와중에 이미 여기에 눈이 멀어있는 상태에서 여기보다는 업력이 꽤 오래된 중견에서도 끝까지 면접을 보고 합격했는데, 솔직히 이미 마음은 기울었지만.. 만약 처우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인다면 내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아무래도 스타트업 특성상 야근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이미 면접때도 그런 부분을 나누었는데, 여기는 워라밸을 보장하고 금요일 재택에 안정된 곳이다.) 협상을 진행했고, 기울었던 마음을 돌리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마음 그대로 이 회사에 입사하기로 굳혔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화이팅입니다. 프리디소프트!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벤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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